강제 장기적출 포스터 수상작, 한·일·대만 순회 전시

김정희
2022년 04월 6일 오후 10:11 업데이트: 2022년 04월 7일 오후 2:07

포스터 작품을 통해 중국에서 벌어지는 강제 장기적출을 고발하고 그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는 전시회가 열렸다.

지난 1~5일 대만 남부 도시 가오슝에서는 강제 장기적출 포스터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가 개최됐다. 좀더 많은 시민들이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주최 측은 접근성이 높은 지하철 역사를 전시장으로 선택했다.

강제 장기적출은 동의 없이 사람의 몸에서 장기(조직)을 적출해 사망케 하거나 심각한 상해를 입히는 행위다. 주로 장기를 이식용으로 팔아 돈벌이를 하기 위한 조직범죄로 지난 2000년 초부터 중국에서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20년 진행된 공모전 출품작(1049점) 중 수상작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장소의 한계로 수상작 37점 가운데 일부만 전시됐지만, 다채로운 감상을 위해 초대작품 18점 중 일부도 함께 전시됐다.

금상(최고상) 수상작 ‘붉은 상처’(Red Wound)는 글자 하나 없이 이미지만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사람의 피부에 꿰맨 자국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화폐단위와 창살, 중국 공산당의 오성홍기를 표현했다.

강제 장기적출 종식 포스터 공모전(2020년) 금상(최고상) 수상작 ‘붉은 상처'(Red Wound) | KAEOT 제공

작품을 출품한 이란 작가 바람 가라바니 만지리는 “이데올로기, 압제 및 거래의 결합은 분명 비극적인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한 세계적인 시각디자이너이자 인하우스 매거진 <푸시 핀 그래픽>의 아트디렉터인 시모어 쿼스트 뉴욕비주얼아트스쿨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아무런 텍스트를 써넣지 않았지만 필요한 모든 것이 표현됐고, 비주얼 이미지는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수술대로 향하는 작품 속 인물의 심정을 느낄 수 있게 한다”는 평을 남겼다.

은상 수상작 ‘예약됨’(Reserved)은 한 어린이의 상체에 장기의 모양과 위치를 검은 펜으로 표시했다. 아이들이 길바닥에 분필로 그려놓은 낙서를 연상케 하는 듯한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통해 아이들도 예외가 아닌 강제 장기적출의 비극성을 극대화시켰다.

강제 장기적출 종식 포스터 공모전(2020년) 은상 수상작 ‘예약됨’(Reserved) | KAEOT 제공

출품자인 일본의 오하시린(大橋輪)은 “중국에서는 장기 강제적출 목적으로 매일 많은 어린이가 납치된다. 발견된 그들의 사체는 모든 장기가 제거되어 있다. 그들의 부모는 그 가벼워진 몸을 부둥켜안고 오열한다. 우리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동상 수상작 ‘훼손된 국기는 장기가 없는 신체와 같다’(A mutilated flag is like a body without organs)는 중국 공산당의 상징인 오성홍기의 노란 별을 잘라내 ‘훼손된 깃발’을 컨셉트로 내세웠다. 노골적이면서도 동시에 함축적으로 공산주의 중국의 생체 장기적출 범죄를 폭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제 장기적출 종식 포스터 공모전(2020년) 동상 수상작 ‘훼손된 국기는 장기가 없는 신체와 같다’(A mutilated flag is like a body without organs) | KAEOT

이번 전시회는 한국 사단법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 일본 SMG 네트워크, 대만 ‘국제장기이식관리협회’(TAICOT) 등 3국 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 순회전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작년 1월과 12월 각각 대만 타이베이와 한국 서울 고려대학교 하나스퀘어에서 열린 데 이어 세번째다.

KAEOT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오는 5월 대만 추가 전시와 올해 내 일본 첫 전시회를 추진 중이다. 자세한 공모전 소식 알아보기와 수상작 감상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10여 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홈페이지 링크).